안녕하세요, 상속 전문 변호사 차형진입니다.
얼마 전 상담실에서 이런 말씀을 들었습니다. “제가 열 살 때 집을 나간 아버지인데, 장례식장에 나타나서는 재산 절반을 달라고 합니다.”
어머니 혼자 두 남매를 키우며 마련한 작은 아파트 한 채가 전부인데, 평생 양육비 한 푼 보태지 않았던 사람이 법이 정한 상속인이라는 이유만으로 가장 큰 몫을 가져간다는 사실 앞에서 많은 분들이 말문을 잃으십니다.
억울하다고 느끼는 것이 당연하고, 그 감정은 법적으로도 충분히 다툴 만한 근거가 됩니다.
오늘은 2026년 1월 1일부터 시행된 이른바 구하라법이 어떤 제도인지, 어떤 경우에 인정되는지, 누가 언제까지 청구해야 하는지, 기존 제도와는 무엇이 다른지, 그리고 인정되면 어떤 효과가 생기는지를 순서대로 정리해 드리겠습니다.
글 핵심 요약 ① 상속권상실청구는 부양의무를 저버리거나 피상속인을 심하게 학대한 상속인의 상속 자격을 법원 판단으로 박탈하는 제도입니다. ② 유언이 없는 경우에는 다른 공동상속인이 청구해야 하고, 그 기간이 상당히 짧게 정해져 있어 초기 대응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③ 상실이 선고되면 상속분은 물론 유류분을 주장할 자격까지 함께 사라지는 것이 이 제도의 가장 큰 실익입니다.
이 글만 읽으셔도 새 제도의 큰 흐름은 잡히실 겁니다.
다만 어느 정도의 방치와 냉대가 법이 요구하는 수준에 이르는지는 가족마다 사정이 달라 문서와 진술로 하나하나 쌓아야 하는 부분이니, 장례를 치르자마자 연락이 끊겼던 가족에게서 재산 이야기를 들으신 상황이라면 아래 창구로 편하게 문의해 주세요.
제가 직접 살펴보고 답변드립니다.
상속권상실청구는 어떤 제도인가요?

상속권상실청구는 상속인의 자격 자체를 법원의 재판으로 박탈해 달라고 구하는 절차입니다.
지금까지 우리 법은 상속인을 촌수와 신분으로만 정해 두었기 때문에, 자녀를 버리고 떠난 부모라도 자녀가 남긴 재산 앞에서는 아무 일도 없었던 듯 1순위 상속인으로 등장할 수 있었습니다.
이런 결과가 상식과 너무 멀다는 문제의식에서 만들어진 것이 흔히 구하라법이라 불리는 개정 민법이고, 2026년 1월 1일부터 시행되고 있습니다.
핵심은 법이 정한 상속 순서를 그대로 두되, 그 지위를 누릴 자격이 없다고 볼 만한 사정이 있으면 법원이 개별 사건에서 이를 걷어낼 수 있게 한 데 있습니다.
다만 어디까지나 재판으로만 가능하고, 남은 가족끼리 “저 사람은 자격이 없다”고 합의하는 것만으로는 아무 효력이 없습니다.
그래서 실무에서는 감정을 호소하기보다 사실을 증명하는 작업이 훨씬 중요해집니다.
어떤 경우에 상속권 상실이 인정되나요?

인정되는 사유는 크게 미성년 자녀에 대한 부양의무를 중대하게 저버린 경우와, 피상속인에게 중대한 범죄행위나 부당한 대우를 한 경우로 나뉩니다.
여기서 자주 문제가 되는 것이 “중대하게”라는 표현인데, 잠시 소홀했던 정도가 아니라 양육의 책임을 사실상 통째로 내려놓은 수준이어야 한다고 이해하시면 무리가 없습니다.
실제 사건에서는 양육비를 정해 놓고도 오랫동안 한 번도 지급하지 않은 이력, 연락과 왕래가 끊긴 기간, 아플 때 병원 한 번 오지 않은 정황 같은 것들이 모여 하나의 그림을 만듭니다.
반대로 사이가 나빴다거나 명절에 오지 않았다는 정도만으로는 인정받기 어렵고, 이 지점에서 기대와 결과가 갈리는 일이 많습니다.
폭행이나 유기처럼 형사사건으로 남은 기록이 있다면 증명의 부담은 훨씬 가벼워집니다. 결국 얼마나 오래, 얼마나 철저히 의무를 저버렸는지를 객관적 자료로 보여드리는 것이 승패를 가른다고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상속권상실청구는 누가 언제까지 해야 하나요?

청구권자와 기간은 고인이 생전에 뜻을 남겨 두었는지에 따라 달라집니다.
고인이 공정증서 유언으로 특정 상속인의 상속권을 배제하고 싶다는 의사를 밝혀 두었다면 유언집행자가 나서서 청구하게 됩니다.
그런 유언이 없다면 남은 공동상속인이 직접 나서야 하는데, 이때 청구 기간이 상속인이 되었음을 안 날부터 여섯 달 정도로 짧게 정해져 있어 장례와 정리로 정신없는 시기를 그냥 흘려보내면 기회 자체가 닫힐 수 있습니다.
상담을 오시는 분들 중에는 “일단 사십구재는 지내고 생각하려 했다”고 말씀하시는 경우가 적지 않은데, 안타깝게도 그 사이에 기간이 지나가 버리는 사례를 여러 번 보았습니다.
그래서 저는 다툼의 여지가 보이는 순간 결론을 내기 전이라도 상담부터 받아 보시기를 권해 드립니다. 기간 계산의 기산점은 사안마다 달라질 수 있으니 날짜를 스스로 단정하지 않으시는 편이 안전합니다.
기존의 상속결격과는 무엇이 다른가요?
가장 큰 차이는 자동으로 배제되느냐, 재판을 거쳐 배제되느냐에 있습니다.
종래의 상속결격은 피상속인을 살해하거나 유언을 위조하는 것처럼 사유가 매우 좁고 극단적인 대신, 해당하면 별도 재판 없이 곧바로 상속인 자격을 잃습니다.
반면 새 제도는 부양의무 방기나 부당한 대우처럼 현실에서 훨씬 자주 벌어지는 상황까지 끌어안았지만, 그만큼 판단이 필요하기 때문에 반드시 법원의 선고를 받아야 합니다.
그래서 결격에 해당하는 사안은 등기나 예금 절차에서 서류로 정리되는 반면, 새 제도는 소송 기간과 비용을 감수해야 한다는 부담이 따릅니다. 두 제도는 서로를 대체하는 관계가 아니라 겹쳐서 쓸 수 있는 관계이므로, 사안에 따라 결격을 먼저 주장하고 예비적으로 상실을 구하는 방식도 검토해 볼 수 있습니다.
어느 쪽으로 갈지는 남아 있는 증거의 성격을 보고 정하는 것이 순서입니다.

상실이 인정되면 유류분도 함께 사라지나요?
그렇습니다. 상속권 상실이 선고되면 그 사람은 상속재산을 나눠 받을 자격만이 아니라 최소한의 몫인 유류분을 주장할 자격까지 잃게 됩니다.
이 점이 실무에서 갖는 의미는 생각보다 큽니다. 고인이 생전에 유언이나 증여로 특정 자녀에게 재산을 몰아주었더라도, 자격을 잃지 않은 상속인이라면 나중에 유류분을 들고 다시 찾아올 수 있기 때문입니다.
상속권상실청구가 받아들여지면 그 통로까지 막히므로, 분쟁이 한 번에 정리되는 효과가 생깁니다.
다만 상실된 사람에게 자녀가 있는 경우 그 아래 세대와의 관계를 어떻게 볼 것인지는 사안에 따라 달라질 수 있으므로, 결과를 미리 단정하기보다 가족관계를 그려 놓고 함께 짚어 보시는 편이 좋습니다.
가족의 일을 법정에서 다투기로 마음먹기까지, 아마 오래 망설이셨을 겁니다.
그 시간이 결코 낭비가 아니었다는 말씀을 먼저 드리고 싶습니다. 다만 이 제도는 마음의 준비가 끝나기를 기다려 주지 않을 만큼 기간이 짧게 정해져 있어서, 결정은 천천히 하시더라도 확인만은 서둘러 하시라는 당부를 남깁니다.
오늘 이 글이 오래 묻어 두셨던 그 일을 어떻게 다뤄야 할지 가늠하는 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무거웠던 마음이 조금은 가벼워지셨기를 바랍니다.
차형진 변호사 드림.
이 글은 2026.08.24 네이버 블로그에 처음 쓴 글을 옮긴 것입니다. 법령과 실무는 그 뒤로 바뀌었을 수 있으니, 지금 상황에는 상담에서 현재 기준으로 다시 확인합니다. 원문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