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상속 전문 변호사 차형진입니다.
“이십 년을 같이 살았는데, 장례가 끝나자마자 자녀분들이 집을 비워 달라고 합니다.”
이런 말씀을 하시는 분들은 대개 화를 내지도, 목소리를 높이지도 않으십니다. 오랜 세월을 함께한 사람으로서 당연히 인정받으리라 믿었던 것이 서류 한 장 때문에 통째로 부정당하는 상황 앞에서, 억울함보다 먼저 오는 감정은 당혹감입니다.
주변에서는 “사실혼도 법으로 보호해 준다더라”는 말을 듣고 오시지만, 정작 상속의 영역에서는 그 말이 그대로 적용되지 않습니다.
반대로 아무것도 남지 않는 것도 아닙니다. 무엇이 인정되고 무엇이 인정되지 않는지 경계를 정확히 아는 것이, 지금 시점에서 가장 실질적인 도움이 됩니다.
오늘은 사실혼 배우자 상속이 법적으로 인정되는지, 인정되지 않는다면 남아 있는 방법은 무엇인지, 살던 집에서 계속 지낼 수 있는지, 사망 이후에 재산분할을 구할 수 있는지, 그리고 앞으로 무엇을 준비해 두어야 하는지를 순서대로 정리해 드리겠습니다.
글 핵심 요약 ① 사실혼 배우자 상속은 법이 정한 상속인 목록에 자리가 없어 원칙적으로 상속분을 주장하기 어렵습니다. ② 다만 상속인이 아무도 없는 경우에는 특별한 연고가 있는 사람으로서 재산의 분여를 법원에 청구할 여지가 있습니다. ③ 살던 집의 임차권 승계나 유족급여처럼 상속과 별개로 인정되는 영역이 있으므로 하나씩 나누어 살펴야 합니다.
이 글만 읽으셔도 큰 흐름은 잡히실 겁니다.
다만 다른 상속인이 있는지, 살던 집의 명의가 누구인지, 함께 모은 재산이 어느 쪽 이름으로 되어 있는지에 따라 결론이 크게 달라지니, 지금 당장 거처나 생활비가 걱정되는 상황이라면 아래 창구로 편하게 문의해 주세요.
제가 직접 살펴보고 답변드립니다.
사실혼 배우자 상속은 법적으로 인정되나요?

혼인신고를 마치지 않은 배우자는 법정 상속인에 포함되지 않기 때문에, 원칙적으로 상속분을 주장하실 수 없습니다.
우리 법이 상속인의 범위를 가족관계등록부라는 형식을 기준으로 정해 두었기 때문입니다. 함께 산 기간이 얼마나 길었는지, 주변에서 부부로 인정했는지, 생활비를 누가 부담했는지는 이 판단을 바꾸지 못합니다.
그래서 자녀나 부모 같은 다른 상속인이 있다면, 재산은 원칙적으로 그분들에게 귀속되는 것으로 정리됩니다.
상담에서 “그럼 저는 아무 권리도 없다는 말씀인가요”라고 되물으시는데, 사실혼 배우자 상속이라는 이름의 권리는 어렵더라도 다른 이름의 권리는 남아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이 지점에서 포기하지 마시고 아래 내용을 함께 살펴보시길 권해 드립니다.
살던 집에서 계속 지낼 수 있나요?

집이 임차한 곳이라면 상속과 별개로 임차권을 이어받을 수 있는 길이 마련되어 있습니다.
주택 임대차를 규율하는 법은 임차인이 사망했을 때 남은 사람의 주거가 곧바로 흔들리지 않도록 승계에 관한 규정을 두고 있고, 사실상 부부로 함께 살아온 사람도 그 대상에 포함될 수 있습니다.
다만 상속인이 있는지, 그 상속인이 같은 집에서 함께 생활했는지에 따라 승계의 모습이 달라지므로 일률적으로 말씀드리기는 어렵습니다.
반면 집이 고인의 소유였다면 소유권 자체는 상속의 영역으로 넘어가기 때문에, 계속 거주하는 문제는 훨씬 어려워집니다.
“당장 나가라는 말부터 들었습니다”라는 상황이라면, 우선 계약서와 등기부를 확인해 그 집이 어떤 성격인지부터 정리하는 것이 급합니다. 여기서 대응 방향이 완전히 갈리므로 서둘러 확인하시길 바랍니다.
사망 이후에 재산분할을 청구할 수는 없나요?

관계가 사망으로 끝난 경우에는 이혼에 준하는 재산분할을 구하기 어렵다는 것이 법원의 확립된 태도입니다.
살아 있는 동안 관계를 정리했다면 함께 모은 재산을 나누어 달라고 청구할 수 있지만, 사망이라는 사정으로 관계가 끝나면 그 재산은 상속의 문제로 넘어가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이십 년을 같이 벌었는데 절반도 못 받느냐”라는 질문에 안타깝게도 쉽게 그렇다고 답해 드리기 어려운 것이 현실입니다.
다만 애초에 재산 형성에 자신의 돈이 들어갔고 그 사실을 증명할 수 있다면, 상속과는 다른 이름으로 정산을 구할 여지가 남기도 합니다.
통장 내역, 대출 상환 기록, 계약서에 이름이 들어간 흔적 같은 자료가 여기서 결정적인 역할을 합니다. 자료가 흩어지기 전에 모아 두시길 권해 드립니다.
사실혼 배우자 상속이 막힐 때 남는 방법은 없나요?
상속인이 될 사람이 아무도 없는 경우라면, 고인과 특별한 연고가 있던 사람으로서 재산의 일부를 나누어 달라고 법원에 청구할 수 있는 길이 열려 있습니다.
오랜 기간 생계를 함께하고 간병과 부양을 도맡았다면 이 요건에 해당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다만 이는 상속인이 존재하지 않는 것이 확인된 뒤에 진행되는 절차여서, 자녀나 부모가 있다면 이 방법은 처음부터 선택지가 되지 않습니다.
또한 정해진 기간 안에 청구해야 하고, 어느 정도를 나누어 줄지는 법원이 사정을 살펴 정하는 구조라 결과를 미리 단정하기 어렵습니다.
그래서 이 절차는 가능성을 확인하는 일부터가 실제 업무의 시작입니다. 고인의 가족관계등록부를 먼저 확인해 상속인이 있는지부터 따져 보시길 바랍니다.

함께 보낸 시간의 무게와 법이 인정하는 권리의 크기가 늘 같지 않다는 사실은, 이 분야에서 일하며 가장 설명하기 어려운 부분입니다.
그래도 아무것도 남지 않는 것은 아니고, 무엇이 남아 있는지 정확히 아는 것만으로도 다음 걸음을 정할 수 있습니다.
오늘 이 글이 지금 가장 막막한 자리에 계신 분께 작게나마 방향을 잡아 드렸으면 좋겠습니다.
곁에 있던 사람을 떠나보낸 것만으로도 벅찬 시간일 텐데, 그 무게가 조금은 가벼워지셨기를 바랍니다.
차형진 변호사 드림.
이 글은 2026.09.09 네이버 블로그에 처음 쓴 글을 옮긴 것입니다. 법령과 실무는 그 뒤로 바뀌었을 수 있으니, 지금 상황에는 상담에서 현재 기준으로 다시 확인합니다. 원문 보기